러시아연구소장 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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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인류학과 강정원 교수

러시아연구소장 인사말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 탓인지 단풍이 유독 예쁘게 보입니다.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이니 건강에 유의하면서 지내시기 바랍니다. 러시아연구소장으로서 3번째 학기를 맞았습니다. 새로운 일을 벌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듯합니다.
2018년도 1학기에는 여러 소소한 일을 하면서 연구소를 꾸렸습니다. 연구소 주관의 프로젝트나 학술대회는 불발로 끝난 바 있습니다. 다가오는 겨우내 심기일전하여 2019년도 1학기를 새롭게 준비하려 합니다. 지난 1학기에 시도조차 못한 토대연구나 SSK, 일반공동연구 등의 프로젝트를 준비해 볼까 합니다. 여러 선생님들께서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러시아연구소가 인문학연구원에 소속되어 있던 관계로 2018년도 한국연구재단 토대연구 과제에 지원조차 못했던 일은 기억하시지요. 우리 연구소가 한국연구재단에 인문학연구원과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조금 일찍 확인하였으면 좋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인문학연구원에 머무르면서도 단독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여러 사업을 수행할 자격이 있으니 인문학연구원과 분리하는 것은 잠정적으로 유보하였고, 이에 대해서는 지난 운영위원회에서 보고한 바 있습니다. 연구소는 프로젝트를 수행하여 연구의 중심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9년도에는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저는 얼마 전인 2018년 9월에 다른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중국 단둥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4월에도 다녀왔으니 올해에만 두 차례 압록강과 두만 강변을 답사하였네요. 강 건너편으로 보이는 북한을 관찰하고 필요한 사진을 확보하는 것, 북한에 다녀온 중국인들과 면담하는 것이 주요 과제였습니다. 강 건너로 보이는 북한의 산들이 나무 하나 없이 헐벗은 모습이 충격적이었습니다. TV를 통해서 알고 있는, 나름 활기있는 평양과는 달리 강변의 도시들은 힘이 빠져 축 늘어진 모습이었습니다. 두만 강변에 갔을 때에는 러시아쪽 국경도 볼 수 있었고, 상점에서 러시아 상품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과 관련된 제 프로젝트는 사회주의 국가와 민속의 관계를 테마로 하고 있습니다. 20세기의 가장 합리적이고 계몽적인 사회주의 국가 실험이 러시아에서는 중단되었지만 북한에서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국가가 일상 민속에 깊이 간섭하며 변화시키려 시도하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의 한 속성입니다. 붕괴된 소련의 경우에도 기존의 민속을 봉건적이며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내용과 형식 측면에서 급격한 변화를 꾀한 바가 있습니다. 이는 중국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었죠. 이러한 변화 시도의 결과에 대한 자료 수집과 평가를 프로젝트로 수행하고 있는데, 북한의 경우에, 잠정적인 결론이기는 하지만, 국가가 성공적으로 변화를 수행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양력설이 음력설을 대체하였지만 설날에 차례를 모시며, 정월 대보름에 달맞이를 하고 청명과 한식, 추석에 성묘를 하는 등 과거로부터 이어진 여러 민속을 지속시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서는 향후에도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자 합니다. 러시아연구소의 주도로 러시아와 동북아 사회주의 국가와 민속의 관계를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을 고민해 보고 있습니다.
한 연구소의 소장직을 수행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다음 연구소 행사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 2018년 가을, 러시아연구소장 강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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