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연구소장 인사말

  • <
  • 러시아연구소장 인사말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노어노문학과 교수 정하경

러시아연구소장 인사말
지난 5월 5일, 세계보건기구(WHO)가 COVID19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 선포 해제를 발표했습니다. 올봄은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일 뿐 아니라 3년 남짓 팬데믹에 억눌려 있던 사람들의 사회적 에너지 또한 폭발적으로 분출된 역동적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학가도 이러한 변화에 예외가 아닌 공간으로, 텅 비어 있던 캠퍼스가 다시금 학생들로 가득 차 생기를 되찾게 되었지요.
비록 COVID19로 인한 팬데믹이 끝났다고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러시아학 연구자들은 아직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또 다른 팬데믹을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접촉에 대한 공포와 단절이라는 팬데믹의 특징은 전쟁의 경우에도 여지없이 해당하는바, 러시아 관련 지역학 연구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상황이지만, 서울대 러시아연구소는 그동안 위축된 국내 러시아학계의 학문적 소통과 협력을 활성화하고 학술적 연구 성과를 대중화하고 러시아학의 미래 비전을 제시해 나가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2020년 이전까지 우리 러시아연구소는 해마다 초청강연과 학술대회, 간담회, 콜로키움 등 다양한 학술행사를 개최해 왔습니다만, COVID19 사태가 본격적으로 심각해지기 시작한 2020년에는 엄중한 거리두기로 인해 거의 행사를 갖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2021, 2022년에는 제한된 규모와 방식일망정 콜로키움과 하이브리드 학술대회를 1회씩 개최하는 등 학술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특히, 2021년 11월 5일에는 소련 해체 30주년과 공식적인 한-러 수교 30주년을 맞아 개최한 국제학술대회 “Destruction, Preservation, and Creation of Memories(기억의 소멸, 보존, 생성)”를 개최했고, 이 자리에서는 정치-경제 분야, 역사-문학 분야, 문화-민속 분야로 나뉘어 소비에트 및 탈소비에트 시기를 대상으로 오랜만에 풍성한 연구발표가 이루어졌습니다.
올해 5월 24일에는 탈팬데믹의 첫 행사로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중앙아시아센터와 더불어 “아시아 속의 러시아, 북아시아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습니다. 그간 러시아 지역학 연구는 주로 유럽과 중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본 학술대회는 시베리아를 포함한 아시아 북부 지역에서 새로운 연구 대상과 동력을 찾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북아시아 담론을 궤도에 안착시키기 위한 발제적 성격을 띠었습니다. 북아시아 지역은 정치, 경제, 문화, 그리고 최근에는 특히 환경적 맥락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러한 중요성에 부응하는 학문적 관심의 제고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본 학술대회의 가장 큰 성과라고 여겨집니다. 또한, 러시아의 변방이라는 전통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이 지역을 아시아의 일부로서 고찰하자는 관점의 전환을 제안함으로써 새로운 연구의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되었다고 자평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러시아연구소는 더욱 진취적이고 포용적인 방향으로 학계와 사회에서 그 책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새로운 화두를 발굴하고 연구 프로젝트를 런칭하여 국내외 연구자 간의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다양한 기회를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연구자와 학생들, 그리고 사회 각계에서 러시아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 모든 분께 적극적인 참여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 2023년 여름, 러시아연구소장 정하경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