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연구소장 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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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노어노문학과 교수 정하경

러시아연구소장 인사말
2023년이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의 발발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았던 다사다난한 한 해였습니다. 엄중한 세계정세와 더불어 광역화와 정부 연구지원 삭감을 겪고 있는 한국 대학 및 학계의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우리 러시아학 연구자들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연구해 나갈 것인가 하는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여겨집니다.
서울대학교 러시아연구소는 이러한 격변의 상황 속에서 진취적으로 연구 활동의 경계를 확장하고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지난 11월, 2008년 이후 매년 개최되었지만 최근 몇 년간 중단되었던 서울대 러시아연구소와 일본 홋카이도대 슬라브유라시아연구소의 공동심포지움을 재개한 것은 그 중요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북아시아 슬라브‧유라시아학: 위기 속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Towards Sustainable Development of Slavic-Eurasian Studies in Northeast Asia during Crises)”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번 공동심포지움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국제적 위기 가운데 동아시아 지역 슬라브‧유라시아학 연구가 어디에서 활력을 얻을 수 있을지, 한국 및 일본 연구자들이 어떤 새로운 주제들을 탐색하고 있는지 등에 관하여 유익한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앞으로도 한국과 일본 슬라브‧유라시아학 연구자들의 상호 교류의 장이 안정적으로 마련될 수 있도록 두 연구소가 적극 협력해 나가려고 합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 새로운 연구대상과 영역을 일구어내기 위한 노력의 또 다른 일환으로 러시아연구소는 서울대 인문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중앙아시아 및 러시아 지역 출신의 한국 이주민 문제를 다루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러시아연구소가 학계의 테두리를 넘어 러시아어권 국가들과 한국 간의 상생적 관계 구축에 참여하고 한국사회의 통합에 기여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시도입니다. 학내외 여러 기관 및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의 협력을 통해 보다 학제적이고 실용적인 연구-사업 프로젝트를 수립하고자 합니다.
그간 러시아연구소가 항시적으로 개최해 온 콜로키움을 여러 대학에서 연구와 교육을 수행하고 있는 신진학자들을 초청하여 진행한 것 또한 슬라브‧유라시아학의 새로운 연구영역과 주제, 연구 인력을 발굴하고자 하는 취지였습니다. 학문후속세대 양성 및 신진학자 지원이 학문영역의 보존과 발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임을 감안할 때, 젊은 연구자들의 참신한 연구를 소개하고 알리는 이러한 행사가 더 자주 열리고 더 적극적으로 홍보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수많은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학술대회가 학문적 교류의 대표적인 장으로 기능하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특정 연구를 조명하여 집중적으로 학술 토론을 진행하는 데에는 콜로키움과 같은 소규모 행사의 상시화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서울대 러시아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이러한 탐색과 시도는 각각의 단기적 성과도 가져왔지만 미래에 슬라브‧유라시아학 연구의 새로운 활로 개척이라는 장기적 결실 또한 가져올 것이라 기대합니다. 러시아연구소는 이러한 도전 앞에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다가오는 2024년을 맞고자 합니다. 연구자와 학생들, 그리고 사회 각계에서 러시아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 여러분들께 적극적인 참여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 2023년 12월 31일 러시아연구소장 정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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