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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아시아 지역 관련 연구소 협의회 좌담회 북핵위기와 정상회담: 아시아 각 국의 시각

서울대 아시아 지역 관련 연구소 협의회 좌담회 사진
지난 4월 9일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삼익홀에서 “북핵위기와 정상회담: 아시아 각 국의 시각”을 주제로 좌담회가 개최되었다. 서울대 아시아 지역 관련 연구소 협의회에서 주최, 한국고등교육재단이 후원한 본 행사는, 서울대 러시아연구소를 비롯한 교내의 주요 지역연구소들 이외에도, 통일평화연구원, 인문학연구원도 참여한 대규모의 좌담회였다. 개회사에서 박수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소장은 이번 좌담회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학과 간 교류임을 강조했고, 신희영 서울대 연구부총장 역시 축사에서 교내 지역연구소들 간의 밀접한 제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좌담회는 전임 외교통상부 장관인 윤영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의 기조강연으로 시작되었다. 강연자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 현재 유일하게 세계 최강국들에 둘러싸인 국가임을 지적한 뒤, ‘북핵 위기’로 대표되는 한반도의 긴장이 세계 국제질서에 잠재적이나 가장 폭발력이 강한 요인임을 강조했다. 특히 강연자는 북핵의 발단이 소련의 붕괴에 있었다는 사실을 지목했다. 그전에도 북한은 원자력 개발을 시도했으나 소련의 붕괴 이후 유가 급등, 군사력 약화, 외교적 고립이라는 삼중고에 봉착하면서 독자적인 핵 개발로 체제 안정을 확보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후 북한은 플루토늄 추출과 핵탄두 개발, 우라늄 농축의 단계를 거쳐, 마침내 미국 본토까지 사정거리가 미치는 ICBM 발사 성공으로 미국의 안보에 직접 위협을 미치는 대상이 되었다. 전체적 틀을 제시한 후 강연자는 미국의 대북 압박,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 북한의 전략 변경,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양측의 딜레마, 그리고 미국보다 앞서 북한과 정상회담을 개최하게 될 한국의 대처 방안을 상세히 설명했다.
발제는 각 지역연구소의 담당자가 한국,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6국 각자의 입장과 전망을 제시한 뒤에, 해당 발제자와 동일한 지역을 담당한 패널이 한 명씩 질문 및 반론을 하면 발제자가 재응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북핵 위기 해결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전망, 낙관적인 전망, 상대적으로 중도적인 전망이 각각 엇갈렸다. 북한 김정은 정권에게 핵개발은 체제 유지를 위한 가장 유효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진정 핵을 포기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이재열, 아시아연구소) 한국 부문 발제자(김병연, 아시아연구소)는 북한이 미국의 군사공격을 분명히 우려한다고 보여지고, 김정은 위원장이 합리적 행위주체로서 결정을 내린다면 비핵화에 진전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북한 부문의 발제자와 패널(서보혁·김병로, 통일평화연구원)은 북한이 핵개발에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전제하에, 북한이 핵개발을 경제 발전의 수단으로도 여기고 있다는 대내적 요인을 지적했다.
중국 부문 발제자(정재호, 중국연구소)는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계속 미치려고 하는 점을 지적하면서 비핵화에 대해 비관적 입장을 표명했다. 시진핑 주석이 남한 정권을 대하는 태도는 북한 정권에 비해 미온적이며, 북한은 중국에 이전보다 더 순종적이다. 중국은 남한과 북한, 미국 간의 3자 중심 논의에 어떻게든 개입하여 2 대 2 구도로 만들려 하고, 더 나아가 6자회담 복원을 주장하는데, 이처럼 다자 구도가 된다면 단기적 해결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발제자는 기조강연에서도 언급되었던 미-중 갈등의 심화, 즉 무역분쟁의 격화 및 남중국해와 대만을 둘러싼 군사적 경쟁이 한반도의 평화에도 악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담당 패널(조영남, 중국연구소)은 시진핑 정권의 ‘북핵 3원칙’을 통해 볼 때 중국 정부가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북한이 미국과 독자적으로 가까워지는 것은 경계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반면 일본 부문의 발제자(남기정, 일본연구소)는 보다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일본은 항상 어느 국가를 상대로도 교류할 채널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 정세의 급변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 북미정상회담 결정에 일본 정부가 당혹감을 느낀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의 행보를 섣불리 방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납북자 문제의 전면화 등을 통해 일본의 주도권을 가져오고자 한다는 것이 발제자의 전망이다.
미국학연구소의 발제자와 패널(신성호·강우성, 미국학연구소) 모두 북핵 위기를 둘러싼 국제적 정세가 변한 가장 결정적인 계기가 미국 대통령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유형인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적인 태도가 북미 회담의 성사에 공헌했다는 발제자의 평가와 달리, 패널은 미국 대내 정치를 더욱 분열, 양극화하는 트럼프의 정치적 무능력이 대외 정책에도 결국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았다.
러시아 부문의 발제자(서동주, 국가안보전략연구원)는 푸틴 집권 이후 러시아 정부의 대외정책, 해결방안, 정상회담 목적을 상세히 설명했다. 발제에 따르면, 러시아는 대외 정책의 범위를 전세계로 넓힌 ‘세계전략’을 바탕으로, 미국과의 경쟁의식을 통해 강한 러시아의 부활을 원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측의 대러 제재로 인해 대외 정책의 중심을 동방으로 전환하는 중이다. 이전에도 극동개발부 신설, 블라디보스톡 APEC 정상회담을 통해 ‘신동방정책’을 펼쳐 왔지만 현재 러시아에게 극동시베리아 개발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졌다. 따라서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도 당사자가 되려는 강한 열망을 표출하고 있다. 2012년에 이미 북한의 핵보유 불용, 한반도 비핵화, 6자회담의 즉각 재개, 북한과의 선린우호관계 발전을 표방한 바 있는 푸틴 정권은, 2017년에 중국이 주장한 쌍중단-쌍궤병행 해법을 더 세분화한 ‘3단계 해법’을 제시했다. 한반도 평화협정과 비핵화 협상을 동시에 진행한 이후, 동북아 다자안보 체제 구축 및 외교관계 정상화를 실현할 것을 주장한 것이다. 이후에도 러시아는 북한과의 긴밀한 관계 구축을 위한 회담을 이어나가고 있다. 다만 미국과의 관계 악화가 변수가 될 수 있으며, 북미 회담의 결과가 애매하게 될 경우 러시아는 계산적으로 중국 및 북한에 더 가까워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담당 패널(신범식, 러시아연구소)은 현재 러시아는 중국보다 더 절실하게 한반도에서 전쟁과 같은 급변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신범식 교수에 의하면, 러시아는 진정성을 갖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당사자주의보다 다자적 체제의 정립을 바라고 있다. 공식적으로 표방하지는 않지만 UN에 의한 보장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경제적인 목적에서, 북한이 경제개방을 이행할 때 개발 및 기업 참여를 통해 러시아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핵문제 해결에 있어 핵동결 등의 점진적 해결을 원하는 러시아의 입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는 한국의 입장과는 다르다는 점은 주의해야 할 부분임을 인정했다. 중국의 4자 평화협정 제안에 대해 러시아가 어떻게 대응할지를 묻는 패널의 질문에 대해, 발제자는 러시아도 4자 협정 자체는 수락하되, 다자체제를 꾸리고 ‘동북아 평화안보선언’의 의장국으로서 주도권을 다시 가져오려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미 대내적으로 확고한 지위를 차지한 푸틴 정부는 러시아 국력의 대외 과시를 위해서라도 한반도 문제에 적극 개입할 것이라는 데 발제자도 동의했다.
토론이 진행되면서 그 범위가 북핵문제, 정상회담과 같은 국제정치 사안 외에도 국내정치와의 상호연관, 궁극적인 평화 목표로서의 비핵화, 국가 이외의 행위자(지역정치단체, NGO 등)로까지 확대되었다. 러시아연구소 측에서는 러시아가 6자회담 등의 주제에서 항상 부차적인 지위로 밀려왔던 상황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는데, 이에 사회자 박명규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이 중국, 러시아와 수교한 지 불과 25년 정도밖에 안 된 상황에서 상당한 발전이 있었다고 언급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의 가변성을 강조하며 지역연구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폐회 무렵 김용호 아시아연구소 방문위원은 동북아 문제는 일시적 협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한 지역연구소 간의 연구 공유를 당부하였다. 인문학연구원의 강성용 또한 세계경영의 경험이 없는 한국이 다른 지역의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는 자세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박수진 소장은 아시아 지역 관련 연구소 협의회가 교내 지역연구소와 연구자들의 연결을 위한 네트워크 및 플랫폼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다짐하며 좌담회를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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