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노어노문학과 교수 정하경
- 저자 Steven Franks 교수는 슬라브어학 생성통사론 분야에서 누구보다도 뚜렷한 연구업적과 왕성한 학술활동으로 알려진 학자이다. Franks 교수는 특히 남슬라브어의 통사현상을 주로 연구해 왔기에 그의 저서 Syntax and Spell-out in Slavic(Bloomington: Slavica, 2017)을 처음 접했을 때 필자는 남슬라브어에 대한 연구서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저자가 직접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원래 남슬라브어 명사구 구조에 나타나는 미세변이 연구에 붙은 서론으로 의도되었다가, 집필이 진행되면서 특정 남슬라브어 현상들을 다루기 전 필요한 일반론적 논의를 펼치는 책으로 재기획되었다. 남슬라브어 현상들에 대한 보다 경험적인 연구들은 이후에 출간될 두 번째 책에 더 많이 담기게 될 것이다.
- 이러한 기획 변화에 따라, 이 책에는 비록 풍부한 남슬라브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문제 제기가 포함되기는 했지만, 그 문제들과 유관한 일반언어학적 관점의 이론적 논의가 더 중심적인 주제가 되었다. 달리 말하자면, 이 책에서는 저자가 오랜 시간동안 연구해 온 여러 남슬라브어의 현상과 공통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여겨지는 통사 메커니즘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생성통사론 전반에 대한 개론적 소개와 주요 개념에 대한 재해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접어 시스템과 어순문제 같은 특정 남슬라브어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슬라브어학 연구자뿐 아니라 통사론 연구자 일반에게도 또한 유용한 참고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보인다.
- 먼저, 이 책의 앞부분에서는 어떻게 언어가 작동하는지(특히 통사와 형태 측면에서)에 대한 거시적인 논의(1장)에서부터 구 구조(phrase structure) 및 그 구조의 변화/파생에 대한 생성통사론적 전제와 주장들(2장)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특히, 2장 “Movement and Multiattachment”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통사 작용인 ‘이동(Move)’의 원리를 살펴보고 이동(movement)이 ‘다중부착(multiattachment)’의 메타포라는 아이디어를 개진한다.
- 이와 같은 통사 작용에 대한 기본적 논의를 기반으로, 3장 “Pronunciation and the Mapping to PF”에서는 통사의 음성적 실현 차원(PF)으로의 사상인 ‘문자화(Spell-out)’에 있어서 통사 구조의 어떤 부분이 음성적 실현으로 연결되는지 상이한 가능성과 변이 간 경쟁에 대해 설명한다. 4장 “The Pronunciation of Clitics”에서는 비로소 남슬라브어 접어 현상이 소개되며 ‘문자화’의 메커니즘, 곧 통사와 PF 간 사상의 작동방식을 이해하는데 남슬라브어 접어 시스템이 어떤 실마리를 제공하는지 논의한다.
- 마지막 5장 “Two South Slavic Stories: An Appendix”에서는 “부록”이라는 표현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게도, 실제로 저자가 가장 다루고 싶었던, ‘문자화’ 작용과 관련된 남슬라브어의 두 가지 문제를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여 자세히 논의하고 있다. 하나는 접어군 내에서 차지하는 위치 등 3인칭 단수 조동사 접어인 (j)e가 지니는 특이한 자질들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소위 ‘인칭-격 제약(Person-Case Constraint)’ 효과의 변이 문제이다. 결국, ‘문자화’의 메커니즘에서 ‘이동’을 ‘다중부착’으로 보는 저자의 제안은 남슬라브어 접어 순서에 나타나는 제약과 같은 현상에서 그 경험적 근거를 얻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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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Syntax and Spell-out in Slavic
- 저자 : Steven Franks
- 출간년도 : 2017
- 출판사 : Bloomington: Slavica
- 쪽수: 346쪽
- ISBN 97808935747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