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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일상을 공유하던 모스크바와 그 사람들

노어노문학과 18학번 김용준

다른 일상을 공유하던 모스크바와 그 사람들 사진
나에게는 항상 마음에 품고 있던 간절한 소망이 있었다. 바로 “러시아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모스크바로의 방문이다. 이러한 소망은 1학기가 끝난 후, <SNU in Moscow and Petersburg> 프로그램의 사전 강의를 들으며 더욱 깊어졌다. 사전 강의는 놀라웠다. 오전에 실시된 러시아어 수업에서는 실용적인 표현을 배워 이를 직접 선생님, 친구들과 말해보면서 즐겁게 러시아어 구사능력을 키워나갔다. 오후에 진행되는 ‘현대 러시아의 이해’ 시간에는 잘 알지 못했던 러시아의 지역학적, 언어적인 내용을 배웠다. 내게는 특히 러시아어학에 관한 내용이 흥미로웠다. 러시아어 문법을 배울 때는 단지 특정 격의 구체적 의미를 암기했지만, 격을 양화성, 방향성, 주변성이라는 3가지의 의미 자질의 조합으로 분석하면서 세부적인 의미를 탐구하는 과정은 놀라웠다. 기존에 알고 있던 문법 지식과 강의 내용이 연결되면서 흥미도가 올라갔고, 이는 차후 러시아어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지적 호기심으로까지 연결되었다.
한국에서의 사전 강의를 마치고 7월 1일, 고대했던 러시아로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러시아어를 배웠지만 러시아 방문의 기회가 없었기에 현장에서 직접 러시아어를 구사해볼 기회도, 러시아 문화를 현지에서 직접 체험해볼 기회도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 <SNU in Moscow and Petersburg> 프로그램은 그동안 교과서로만 배웠던 러시아 문화를 현지에서 직접 체험하고, 러시아어로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셰레메티예보 공항에 도착하여 버스를 타고 기숙사로 가는 도중에 러시아의 광활한 지평선을 볼 수 있었고, “꽃(цветы)”이라는 러시아만의 소박한 간판도 볼 수 있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든 학생에게 이러한 장면들은 특별하고도 신비로운 경험이었기에 이동하는 도중 감탄사가 끊이지 않았고, 이를 통해 차갑게만 느껴졌던 러시아에 대해 조금씩 마음을 열 수 있었다.
모스크바 도착 후, 우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고등경제대학(Высшая Школа Экономики)에서 러시아어 수업과 ‘현대 러시아의 이해’ 강의를 들었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강의를 들어야했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었지만, 현지 교수님들의 열정적인 강의 덕분에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 하루하루 흥겹게 수업을 이어나갔고 러시아어 구사력도 신장시킬 수 있었다.
수업 이후 점호 전까지는 조별 활동 시간이 주어졌다. 그 시간에 조별과제를 위해 관련 장소를 돌아다니거나 명승지를 돌아다니며 추억을 쌓아갔는데, 나에게는 붉은 광장의 웅장함, 바실리 성당의 빼어난 아름다움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모스크바 도착 한 다음 날 고등경제대학의 현지 버디들과 굼(ГУМ)을 보고 난 뒤, 바로 붉은 광장으로 향했는데, 그 순간 내 눈으로 들어온 붉은 광장의 웅장함과 바실리 성당의 아름다움은 놀라움을 넘어선 충격 그 자체였다. 가히 모스크바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었다.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과거 냉전 시기에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의 중심부로 불리며 매우 차가운 이미지로 우리나라에 각인된 장소지만, 실제 보니 차가운 얼음에 세밀하게 조각을 해놓은 느낌이랄까, 한마디로 “차가운 아름다움”이었다.다른 일상을 공유하던 모스크바와 그 사람들 사진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지난 프로그램과 달리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짧게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 도시이기 때문에 소매치기와 같은 범죄들을 주의해야만 했고, 그래서 출발 순간부터 모스크바로 되돌아올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기념물은 청동기마상(Медный всадник)이었다. 이사악 성당(Исаакиевский собор)을 지나 알렉산드롭스키 정원(Александровский сад)을 가로질러 걷다 보면 기마상이 나타났는데, 보자마자 과거 러시아 제국의 유럽 진출 야욕이 떠올랐고, 기마상의 압도적인 기상에 놀라 눈을 뗄 수 없었다. 페테르부르크의 건설 목적을 생각하며 기마상을 보니 청동기마상의 건립 의미를 더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이번 <SNU in Moscow and Petersburg> 프로그램은 기존에 남아있었던 러시아의 차가운 느낌을 떨칠 수 있었던 훌륭한 기회였고, 러시아 전문가로서의 향후 진로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친구들, 선배들과 같이 러시아에서의 추억을 쌓고 현지에서 러시아어를 구사하면서, 러시아를 더욱 친근한 존재로, 내 삶과 결코 떨어질 수 없는 소중한 존재로 각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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