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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소중한 추억 – 프스코프에서의 고급현지체험학습

노어노문학과 14학번 표경주

예상치 못한 소중한 추억-포스코프에서의 고급 현지체험하습
2015년 여름, 메르스의 공포가 한국을 뒤덮었고 페테르부르크의 게르첸 사범대학교에서 진행되기로 했던 고급 현지체험학습은 취소 위기를 맞게 되었다. 예매한 비행기 티켓을 환불하느냐 마냐의 문제로 모두가 고심하고 있을 때 프스코프 국립대학이 구세주처럼 나타났다. 그렇게, 변현태 교수님과 학생 11명은 페테르부르크에서 차로 네 시간 거리의 프스코프에서 2주 이상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평일에는 오전 열 시부터 오후 네 시까지 프스코프 국립대학에서 어학 수업을 들었다. 수업을 담당하셨던 선생님들께서는 한분도 빠짐없이 교육적 열의가 넘쳤고 학생들이 러시아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셨다. 러시아 음식을 주제로 진행된 시간에는 선생님께서 직접 블린(блины)을 구워오셨고, 자신만의 러시아 전통 인형을 만들 수 있는 시간도 주어졌다. 이 외에도 러시아 국민시인인 푸시킨의 시를 읽거나 러시아 노래를 배우는 수업도 진행되었다. 수업이 끝난 이후에는 자유시간이 주어져 프스코프 곳곳을 누빌 수 있었다.아직까지도 프스코프에서 길을 찾으라고 하면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주말에는 페초리(Печоры), 이즈보르스크(Изборск), 푸시킨 언덕(Пушкинские горы)로 견학을 가서, 지극히도 러시아적인 것이라 번역하기 어렵다고들 하는 ‘광활함(простор)’을 직접 느껴볼 수 있었다.
프스코프에 가기로 했다는 말을 들은 한 선생님께서는 “그렇게 시골 동네에 간단 말이야?”라며 걱정을 금치 못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돌이켜봤을 때 프스코프였기에 가능했던 소중한 경험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프스코프에서 지내는 동안 동양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는데, 그 덕분에 우리가 지나갈 때마다 모두의 이목을 받을 수 있었다. 한번은 라디오 방송국과 TV 방송국에서 인터뷰를 하러 왔었는데 가위바위보에 진 덕분에 더듬거리는 러시아어로 몇 마디 말하는 것이 방송을 탈 수 있었다. 뉴스에 나오고 난 후, 심지어는 방송에 나왔던 러시아어 이름을 부르면서 우리를 안다고 먼저 말을 걸어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프스코프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친절했다. 작은 강에서 느긋하게 젓는 카누를 생각하며 찾아갔던 곳에서 스스로를 ‘세계 챔피언’이라고 소개하는 분들을 우연히 만났다. 이들에게 배를 타고 싶다고 말했더니 흔쾌히 그것도 무료로 경기용 카누에 태워주셨고 우리는 러시아어 구호에 맞춰 힘껏 노를 저었다. 수업이 끝나고 찾아갔던 성당에서는 멋진 종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그 소리에 반해 일행 중 한명이 종을 치는 탑에 올라가고 싶다고 이야기하자, 친절하게 성당의 꼭대기로 가는 쪽문도 알려주시고 종치는 것도 직접 보여주신 분도 계셨다. 눈앞에서 수십 개의 종들이 노래처럼 울려퍼지는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기억 중 하나이다. 마침 우리가 방문했던 시기가 프스코프의 생일을 축하하는 축제 ‘헬가(Хельга)’가 열리던 때여서 불꽃축제도 구경할 수 있었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곳, 프스코프에서 2주가 넘는 시간을 보내야한다고 처음 들었을 때에는 불안함과 걱정이 앞섰다. 이제는 오히려 프스코프에서 지냈던 것을 감사한다. 러시아의 대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여유, 친절함이 있었고, 그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소중한 추억을 가지고 돌아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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