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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 드라마와 ‘이야기로서의 인간’ (Драматургия А.П. Чехова и «человек-нарратив»)

네셋교수 초청강연회 사진
서울대 러시아연구소는 2015년 10월 6~7일, 노르웨이 트롬쇠 대학의 투레 네셋(Tore Nesset) 교수를 모시고 2회에 걸쳐 초청강연회를 개최하였다. 네셋 교수는 러시아어에서 소위 ‘라이벌 형태(Rivalry)’라고 일컬어지는 일련의 예들을 살펴봄으로써 형태통사적으로 동음이의가 존재할 수 있는지의 문제를 살펴보았다. 이 문제의식에는 하나의 기능에 대하여 두 가지 이상의 표현방식이 가능할 때 이들 사이에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한지, 또한 각각의 형태가 통시적으로 서로 분화된 의미의 차이를 발달시키는지의 문제도 포함되었다.
첫 번째 강연은 “구조적인 동음이의는 존재하는가?(Russian Rivalry I: Does Constructional Synonymy Exist?)”라는 주제로 이루어졌다. ‘라이벌 형태’란 ‘prescriptiveness/prescriptivity’의 예에서 접미사 ‘-ness’와 ‘-ity’처럼 여러 형태가 하나의 동일한 기능(여기서는 명사화의 기능)을 공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라이벌 형태의 여러 사례연구를 통해 강연자는 언어의 다양한 계층에 적용할 수 있는 일반화를 도출하고자 하였다. 예컨대, 동사 привыкнуть의 과거 시제는 привык-ø 또는 привык-ну-л의 두 가지 형태로 표현 가능한데, 강연자는 코퍼스에서 수집한 자료에 대해 연대별 활용빈도 통계와 나무모델 분석 등의 양적 연구(quantitative research)의 방법을 통해 라이벌 형태의 선택 요인을 밝혔다. 네셋 교수는 이러한 선택 요인으로 동사활용 형태, 상적 접두사, 태 표지 –ся와 의미적 차별화 등을 들고, 이들의 복합적 상호작용의 결과로 선택이 이루어짐을 확인하고 이 현상을 ‘요인의 칵테일(cocktail of factors)’이라 명명하였다. 이외에도 двигает/движет와 같은 –a–/–aj– 형태와 бояться жены/жену와 같은 생격/대격 목적어를 모두 취할 수 있는 동사의 문제, 그리고 две хороших квартиры/две хорошие квартиры와 같은 수사 구문에서의 라이벌 형태도 양적 연구의 방법을 통해 그 활용 현황과 변화양상 그리고 변화 유발 요인 등을 파악하였다.
두 번째 강연은 “공간에서 시간으로 - 러시아어 부사구에서의 격(Russian Rivalry II: From Space to Time – Case in Russian Adverbials)”이라는 주제로 이루어졌다. 영어 등 다른 많은 언어에서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어 문법에서 시간의 표현은 ‘시간은 공간이다’라는 은유의 확장을 매개로 문법화되어 있다. 네셋 교수는 ‘시간은 공간이다’ 은유에서 확장되는 러시아어 시공간 표현의 대칭성과 비대칭성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러시아어에서 시공간을 표현하는 전치사구 ‘в+명사’ 내의 명사는 대격 또는 전치격의 두 가지 선택이 가능한데 두 영역에서 격의 분포는 서로 상이하게 나타난다. 먼저 시간과 공간 영역 사이의 대칭적인 대응이 가능한 것은 인간이 시간을 인식할 때, 특히 일정 기간이 정해져 있는 시간은 (공간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경계를 지닌 일종의 그릇(container)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영역은 격의 선택에 있어서 서로 비대칭적인 분포를 드러내는데, 전반적으로 시간표현의 격 선택은 공간표현의 격 선택에 비해 더욱 제약을 받는다. 공간표현에서 전치격과 대격의 선택은 정적인 공간과 동적인 공간의 대립에 따라 비교적 대등하게 사용되는 반면, 시간표현에서는 전치격이 전체 사용 예의 약 14.4%, 나머지 85.6%는 대격이 기본(default)격으로 널리 쓰인다. 전치격을 쓰는 요인으로는 크게 명사의 의미적 특성(시작과 끝이 분명하면서 1주일보다 긴 시간적 길이를 강조하는 경우), 문법적 특성(단수명사로 쓰인 경우), 및 한정어의 위치와 특성(양적 특성)을 들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은유의 원천영역(source domain)인 공간영역에서 대격과 전치격의 선택은 서로 대립적으로 분포하는 반면, 목표영역(target domain)인 시간영역에서 이들 격은 명사의 의미 및 통사적 특성에 따라 서로 상보적 분포를 보임으로써 공간영역에서 지녔던 격 사이의 대립은 중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통시적으로 볼 때 현대러시아어에서 쓰이는 ‘в+전치격’ 구는 대략 러시아어에서 비종결 완료상(atelic perfective)이 쓰이기 시작한 중세러시아어 시기에 함께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즉, 이 시기에 러시아어가 통사적으로는 종합어(synthetic language)에서 분석어(analytic language)적으로 발전하였고 의미적으로는 시간을 일종의 그릇의 개념으로 은유화시키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본다.
네셋 교수는 두 강연을 통해 더욱 다양한 자료와 실증적 연구자료를 제시함으로써 형태통사적인 동음이의는 불필요하기 때문에 그 중 한 가지 형태만 보존되거나 형태에 따라 서로 차별된 의미 및 통사적 특징을 발전시킴을 예증하였다. 이상의 결과는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문제의식을 실증적이고 통계적인 방법으로 점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외국어로서의 러시아어 화자가 동음이의의 문제를 좀 더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학습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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