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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러시아연구소 – 홋카이도대학교 슬라브연구센터 제8차 공동심포지움  
“Russian Culture: Daily Life and Festivity”

1998년 서울대와 홋카이도대가 양대학의 학술교류협정(1997. 10) 1주년을 기념하여 공동심포지움을 개최한 이래 벌써 18년째를 맞고 있는 ‘서울대-홋카이도대 공동 심포지엄’의 한 일환으로 서울대 러시아연구소와 홋카이도대 슬라브연구센터는 2015년 12월 19일 제8차 공동심포지움, “러시아 문화: 일상과 축제(Russian Culture: Daily Life and Festivity)”를 서울대 러시아연구소에서 개최하였다.
제1부의 첫 발표, “민속학과 예술 사이의 시각적 기억: 프로쿠딘-고르스키의 <고국-고찰>에서의 리얼리티와 일상의 제양상(Visual Memory between Ethnology and Art: Phases of Reality and Daily Life in Prokudin-Gorsky’s <Homeland-Study>)”에서 테츠오 모치즈키(Tetsuo Mochizuki) 교수는 20세기 초에 활동했던 러시아 최초의 컬러 사진 작가 프로쿠딘-고르스키의 프로젝트 – 러시아 제국의 광대하고 다양한 모습을 사진 컬렉션으로 남겨 후대의 교육을 위해 사용하려는 목적의 프로젝트 – 를 리얼리티와 재현, 일상의 차원에서 분석하고 있다. 모치즈키 교수는 해당 프로젝트를 작가가 활동했던 시대적 맥락 속에서 살펴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작품들을 분석하는 기존의 여러 이론적 관점들(제국주의, 식민지주의 등)도 제시, 비판하면서 프로젝트를 작가의 이상적, 낙관적, 애국적 세계관의 측면에서 바라볼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작가의 대부분의 사진들에 나타나는 풍경들이 한결같이 아름답고 정적이며 평화롭거나, 인물 사진 속 인물들의 표정이나 행동이 작위적이고 부자연스럽다는 측면에서 이 사진들에서 재현되는 일상이 얼마나 ‘현실’ 혹은 ‘진실’에 부합하느냐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어진 발표, “18세기 후반 문예운동에 있어서 라디세프의 자살 테마(Тема самоубийства у А.Н. Радищева в литературном движении второй половины XVIII в.)”에서 서광진 박사는 18세기 후반의 자살의 의미와 역할을 라디세프의 작품을 통해 고찰하였다. 발표자에 의하면, 라디세프는 인간의 자살을 무엇보다도 그 인간이 처한 사회적 환경의 문제(개인의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에 기인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18세기 러시아의 사회적 환경이란 전제정과 시민의식의 부재로 점철되는 바, 자살은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의 일원”이라는 서구 고전의 전통 속에서 의미와 역할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18세기 후반 당시 러시아의 지성계에서 소크라테스, 카토가 유행한 것은 자살의 테마와 관련하여 주요한 참조점이 될 수 있는데, 소크라테스와 카토 모두 당시 러시아에서는 시민의식의 선구자로, 그리고 불굴의 의지를 지닌 인물로 수용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식인들의 자살의 전통에 대한 인식에 반해, 예카테리나 여제의 자살에 대한 인식은 개인적인 감정(자기애)에 기초하며, 사회의 유용성이라는 관점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자는 비교, 분석하였다.
1부의 마지막 순서로 사나미 타카하시(Sanami Takahashi) 교수는 “황족의 전설의 재고: 민족주의적 혹은 종교적 숭배?(Rethinking the Legend of Tsar's Family: Nationalist or Religious Veneration?)”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1900년대 중반부터 소련 사회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하여 2000년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시성된 니콜라이 2세와 그의 가족에 대한 성화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발표자는 흔히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를 거치는 시기에 본격화된 반소비에트적 탈식민화의 과정으로 간주되는 니콜라이 2세의 복권의 움직임이 사실 그보다 훨씬 더 일찍 러시아 문화 가운데에서 시작되었으며 그 과정이 단순히 정치적인 지평을 넘어 러시아인들의 민족정체성 및 그들의 신앙의 문제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복잡한 현상임을 실증적인 자료들에 대한 면밀한 조사연구를 통해 밝혀내고 있다. 특히 이 발표에서는 러시아 정교회와 해외교회 간의 갈등이나 러시아 내에서의 정교의 역할 등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정보들이 제시되었으며 실제 시성의 맥락이 흔히 생각하는 정치적 인자들을 초월하는 정신적인 영역에 매우 밀접히 다가가 있음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실례들이 상세히 소개되었다. 니콜라이 2세와 그의 가족들의 유해를 수습하여 1998년 표트르 파블롭스크 요새에 재매장한 사실이나 2000년에 소련 체제 하에서 탄압을 받았던 1000명이 넘는 인사들과 함께 그들이 시성되는 과정은 분명 징후적이며 러시아의 국가정체성 재정립의 시도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을 받아들이는 러시아인들의 태도는 정치적인 무의식을 넘어서는 종교적인 지점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특히 그것이 러시아 정교 고유의 겸허와 연민의 신앙의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현대 러시아의 국가주의의 본질과 그것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의 정교의 사회적 기능의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발표는 혁명의 과정에서 살해된 차르의 시성이라는 사건을 통해 현대 러시아의 문화 정체성의 본질을 재고하게 하는 흥미로운 시도였다.
제2부의 첫 순서로 아흐메트쉰(Ruslan Akhmetshin) 교수는 “축제가 도래할 때: 러시아 문화에서 축제성의 의미(Когда наступает праздник: осмысление праздничности в русской культуре)”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축제를 기쁨과 조화의 시간으로 보는 일반적 관념은 이상일 뿐이라 주장하며, 축제를 다양한 레알리아(realia)의 체계 속 – 신화적 접근에 반하는 – 에서 고찰하면서 보다 다각적으로 해석했다. 발표자에 의하면, 축제는 사회적 삶에 편입되는 것이기에 축제와 축제성의 지각은 다수의 사상, 과업과 연결된다. 그리하여 사회는 축제의 의미와 지속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고, 이러할 때 축제는 정치의 영향 하에 놓여지고, 사회 안에서 투쟁을 선동하며 자주 사회적ㆍ정치적 투쟁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즉, 실제의 축제는 신화적 축제와 달리 사회적, 일상적 문맥과 유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서 문학은 간극을 메워주는 듯, 좀 더 다채로운 이해의 스펙트럼을 제공한다. 문학은 간헐적으로 일상을 초월하면서 철학적, 문화학적으로 우주창조적 구조를 지니는 것이다.
이어진 발표, “소비에트 ‘학교 민담’ 자료로서의 소녀들의 앨범과 필사소설(Girls’ Albums and Their Handwritten Novels as Soviet «School Folklore» Material)”에서 고 고시노(Go Koshino) 교수는 소비에트 시대 1970~1980년대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에 의해 필사로 쓰여진 짤막한 연애소설을 소개했다. 이러한 소설들은 ‘현대 민담(contemporary folklore)’ 혹은 ‘포스트민담(post-folklore)’ 등의 명칭으로 불리는 장르에 속하는데, 이에 관해 발표의 논점은 성적으로 성숙한 성인으로서의 삶이라는 새로운 인생의 단계에 접어든 소녀들의 심리적 경험이 반영된 독특한 장르의 문화적 기원 혹은 형성 요인을 규명하는 데 있었다. 발표자는 이러한 장르에서 과거 성인식과 같은 문화적 기제를 결핍하고 있는 현대에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일상적인 문화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본 발표는 대중문화와 일상적 문화 현상의 장르가 진지한 학문적 연구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다.
“축제가 끝났을 때: 17세기 축제의 다양한 측면들(Когда кончился праздник: разные аспекты празднества 17 в.)”이라는 제목의 마지막 발표에서 변현태 교수는 17세기를 러시아 축제 및 민속 문화의 전환점으로 보고 이 과정에서 공식 문화와 비공식 문화, 민속 문화와 종교 문화, 민중 문화와 국가 주도 문화 간의 갈등과 극복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는가에 대해 논의하였다. 바흐친의 대립항으로부터 근현대 학자들의 연관 개념들을 종합하고 분석의 대상으로는 러시아 민속 축제의 하나인 마슬레니차(Масленица)에 주목하였는데, 특히 17세기 러시아 황실 유희였던 불꽃놀이가 마슬레니차로 도입된 현상, 17세기에 서구 유래의 새로운 유희문화가 황실에서 정착한 것과 동시에 전통 사당패인 스코모로히(скоморохи)들이 사라진 현상을 집중적으로 다루었고, 민속 절기와 기독교 절기 사이의 경계현상인 정화의식을 통해 두 문화 간의 화해 양상을, 나아가 러시아 민속적 웃음과 카니발적 특성을 규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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